카카오톡이 생겨나면서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많은 대화를 하곤 한다. 가족, 친구, 지인, 동료 등 수많은 사람들과 채팅을 한다. 대화의 주제는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다 다르지만.
몇 달 동안 사람들과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톡 답장에도 정답이 있을까. 음, 좀 더 정확하게 풀어써보자면 카톡에서 답장을 할 때, 그 속도에 대한 예의가 따로 존재할까.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톡 답장에 그 누구보다도 신경을 많이 쓰던 사람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언제쯤 답장을 해줄까, 노심초사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신경 써서 최대한 빠르게 답장을 해주는 만큼 상대방 또한 나에게 답장을 해줄 때 되도록이면 빠른 시간 내로 답장을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자신이 편한 시간대에 답장을 해주기 일쑤였고 때로는 하루가 넘어서 답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읽씹'이라고 해서 읽고 답장을 해주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과 시간을 투자하는데 왜 이 사람은 나만큼이나 나에게 이 정도조차 투자해주지 않는 건가. 괜히 섭섭하고 씁쓸하고 때로는 기분 나쁜 티를 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원래 바꿔 쓰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내 아무리 노력하고 내가 좀 더 잘하면 상대방도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해줘 봤자, 여전하게 답장해주는 사람은 여전한 방법으로 내게 답장을 하곤 했었다. 그런 사람들이 늘면 늘수록 나는 카톡 연락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버리게 됐고 또 기대의 끈도 버리게 됐다. 상대방이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이렇게 된 게 언제쯤부터였을까.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조금씩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그들은 여전히도 늦게 대답을 해줬고 그게 당연한 듯 느긋하게 답장을 해주는데 굳이 내가 빠릿하게 답장해줄 필요가 있을까 하며 답을 빨리 해줘야 되는 필요성을 조금씩 상실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그들처럼, 누구에게든 답장을 늦게 하기 시작했다. 짧게는 한 시간, 길어지면 두 시간, 세 시간 혹은 몇 시간 이상 뒤에 대답을 해주거나 혹은 뭐라고 답장하면 좋을지 고민이 필요한 경우에는 하루가 지나서 답장을 해줄 때도 생겨버린 것이다.
점점, 답장을 늦게 해주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해가고 있었다. 내가 늦게 답장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크게 내색하는 것도 딱히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계약직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카톡을 주고받아보니 그 중에는 예전의 내가 그랬듯 카톡 답장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카톡 연락이 와 있으면 그게 누구든 되도록이면 빨리 답장해주려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초반에는 그들의 연락처를 알게 돼서 그들과 한 번씩 카톡을 주고받을 때면 괜히 고맙고 좋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카톡 답장을 빨리 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물론 사람이 그렇듯 전부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몇 시간 뒤에 답장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혹시라도 급한 일이 있거나 아쉬우면 내가 먼저 전화라도 해서 연락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수시로 카톡 확인을 하고 답장을 빠르게 해주는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답장을 늦게 해주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내가, 이들과 답장을 주고받을 때 빨리 해주지 못했을 때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어떤 이는 답장을 미리보기처럼 했을 때 내가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지 몰라서 답장을 늦추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는데 대화는 이어나가야 될 것 같은 경우가 발생할 때면 어쩔 줄을 모른다. 답장은 해야겠고,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읽고 씹자니 그것도 못하겠고...
이런 경우에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하면 된다지만, 늦게 답장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진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렵게 느껴진다. 과거의 내가 현재까지도 그 습관을 잃지 않고 이어왔다면 이런 이들에게도 더 빠르게 대답해주고 그랬을 텐데,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과거의 주변 사람들의 답장 속도에 지쳐버려 그만 그들처럼 돼버리자는 마음가짐으로 탈바꿈해서 가져버리게 됐다. 이 같은 경우에는 안타깝게 봐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빠르게 답장해주는 이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야 할 부분인 걸까.
어렵다. 솔직히 이런 일에 정해진 정답이란 건 존재하지 않겠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 행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대화할 때 그 상황이란 것도 또 따로 존재하지 않는가.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뭐라고 답장하면 좋을지 모르는 경우일 때 말이다. 어떤 이는 '읽씹'을 좋아하지 않아 해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데 솔직히 돌아온 대답을 볼 때면, 내가 어떻게 되받아치면 좋을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러한 경우들 때문에 요즘에는 부쩍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답장을 빠르게 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색하진 않지만, 이런 경우 때문에 나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들도 답장은 어떻게든 이어가보려고, 꾸역꾸역, 억지로 이어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말이다.
연락하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거였나. 나는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해버리고 연락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인가.
2021년 9월 3일 금요일, 오전 4시 7분.